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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학교 성학대 사건, 침묵 속에서 반복된 비극의 이유

법정에서는 피해자 유족과 활동가들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청각장애 아동들을 노린 수십 년간의 성범죄, 안토니오 프로볼로 학교 사건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탈리아 베로나의 안토니오 프로볼로 청각장애인 학교와 이후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같은 계열 학교에서는 가톨릭 성직자들에 의한 대규모 아동 성학대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수십 년 동안 은폐되다가 2016년 아르헨티나 수사당국의 강제 수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이탈리아 출신의 사제 니콜라 코라디를 비롯한 여러 성직자들은 청각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성폭력과 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검찰 수사와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일부 피해 아동들은 결박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으며,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겪었다.

특히 피해자들은 청각장애 아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취약했다. 대부분 기숙학교 생활을 했고,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외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기 쉽지 않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증, 대인관계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에 시달렸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도 보고되었다.

한 피해자는 13세 때 부모에게 학대 사실을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당시 피해 아동들이 얼마나 고립된 환경에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수십 년간 이어진 은폐 논란

이 사건이 특히 큰 충격을 준 이유는 범행 자체뿐 아니라 오랜 기간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교구와 교황청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이탈리아 피해자들은 2014년과 2015년에 교황청 관계자들과 교황에게 직접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와 인권단체들은 가해 성직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사건은 교회 내부 절차가 아닌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의 수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과 인권단체는 교회 지도부가 반복적으로 제기된 경고 신호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단

2016년 체포 이후 사건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2019년 아르헨티나 법원은 코라디 신부에게 징역 42년을 선고했으며, 다른 관련자들에게도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일관된 증언과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장기간의 조직적 성학대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히 개인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첫째, 성직자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존재했다. 많은 부모들은 종교기관을 안전한 공간으로 믿고 자녀를 맡겼으며, 아이들의 호소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둘째, 기숙학교라는 폐쇄적 환경이 문제를 키웠다. 외부의 감시가 제한된 공간에서는 피해 사실이 드러나기 어렵다.

셋째, 조직의 명예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적절한 대응을 늦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가해 성직자들은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며 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장애 아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도 영향을 미쳤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기 어려웠고, 때로는 진술의 신뢰성마저 의심받았다.


사건이 남긴 교훈

안토니오 프로볼로 학교 사건은 종교기관, 학교, 복지시설 등 아동을 보호해야 할 조직이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사건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장애 아동 보호 강화, 종교기관의 투명성 제고, 성범죄 신고 의무 확대, 독립적인 외부 감시 체계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결국 이 사건은 단순한 성범죄 사건이 아니라,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외면당한 결과가 얼마나 큰 피해를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